지난주 친구들과 하노이 골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연말 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한 친구의 추천으로 하노이를 택했는데,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2월 하노이는 선선한 날씨에 비도 거의 없어서 골프 치기 딱 좋더군요.

하노이의 12월은 일교차가 있지만 낮 기온이 20도 전후라 라운딩하기에 최적입니다. 저희가 간 주에는 맑은 날이 계속되었고, 습도도 낮아서 쾌적했습니다. 아침엔 조금 쌀쌀해도 스윙하다 보면 금방 몸이 풀리고, 한낮엔 반팔에 조끼 하나 걸치면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우기라 골프 치기 힘들다고 하니, 10월부터 4월 사이가 베스트 시즌인 셈입니다.

롱비엔 골프클럽

첫날 간 곳이 롱비엔이었습니다. 시내 중심에서 30분, 노이바이 공항에서는 20분 거리라 접근성이 정말 좋습니다. 2014년 개장한 27홀 퍼블릭 코스인데, 넬슨앤하워스가 설계해서 그런지 코스 레이아웃이 탄탄합니다.

27홀 중 18홀을 선택해서 플레이하는 방식인데, 저희는 블루티 기준 약 6,700야드로 그리 길지 않지만, 페어웨이 양쪽으로 벙커가 잘 배치되어 있어 정확한 샷이 중요합니다. 페어웨이는 파스팔룸, 그린은 티프이글 버뮤다 잔디로 되어 있는데, 관리 상태가 좋아서 공이 예측 가능하게 굴러갑니다.

캐디가 모두 남자인 점이 독특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레인지파인더로 정확한 거리를 알려주고 영어로 코스 공략법도 잘 설명해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야간 라운딩도 가능하다고 하니, 낮 시간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에게 좋은 옵션입니다.

클럽하우스는 5성급 호텔처럼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있고 시설이 고급스럽습니다. 레스토랑은 주중에는 세트 메뉴, 주말에는 뷔페로 운영되는데, 한식부터 베트남 현지 음식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았습니다.

스카이레이크 리조트 앤 골프클럽

둘째 날은 스카이레이크로 갔습니다. 하노이 시내에서 45분 정도 걸리는데, 반손 호수 지역에 자리해서 가는 길에 베트남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건축가 안문환 씨가 설계한 36홀 규모로, 스카이 코스와 레이크 코스로 나뉩니다. 저희는 퍼블릭 코스인 스카이 코스를 돌았습니다. 베트남 자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정글 속에서 골프 치는 기분이 들더군요. 언덕진 지형을 활용해 만들어져 고저차가 있고, 그린이 거북등처럼 둥글게 솟아 있어 어프로치 샷이 까다롭지만 재미있습니다.

레이크 코스는 멤버 전용이라고 합니다. 블루티 기준 7,265야드로 베트남에서 가장 도전적인 코스 중 하나라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엔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코스 관리는 IMG에서 맡고 있습니다. 페어웨이 파스팔룸 잔디가 푹신하게 잘 관리되어 있고, 그린 스피드도 일정하게 유지되어 퍼팅이 편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일품이고, 리조트 시설도 5성급 수준이라 라운딩 후 여유롭게 쉬었다 갈 수 있습니다.

처음 하노이 골프장을 방문하시는 분들께 실용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 예약은 최소 2주 전에:특히 주말이나 연말연시 시즌에는 붐비니까 미리 예약하는 게 안전합니다.
+ 이동 시간 여유:하노이 시내 교통체증이 심한 편이라 티오프 1시간 반 전 출발 권장합니다.
+ 캐디 팁:40만~50만 동 정도, 현금으로 준비하세요.
+ 복장:카라티에 골프 반바지 착용 가능, 청바지나 슬리퍼는 불가합니다.
+ 12월 날씨 대비: 낮에는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은 쌀쌀하니 얇은 점퍼 챙기세요.

하노이는 골프만 치기엔 아까운 도시입니다. 라운딩이 없는 날엔 구시가지를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좁은 골목길 카페에서 베트남 커피를 마시는 여유가 좋습니다. 12월 말에는 호안끼엠 호수에서 플라워 페스티벌도 열린다고 하니, 시기가 맞으면 구경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녁에는 구시가지 야시장을 추천합니다. 쌀국수, 반미, 분짜 같은 베트남 길거리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현지인들 사이에서 맥주 한잔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하노이의 매력입니다.

올해 마지막 라운딩을 하노이에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추운 겨울을 피해 선선한 날씨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고, 코스 컨디션도 좋으며, 무엇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들과 편하게 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연말연시 골프 여행을 고민 중이시라면, 하노이를 한번쯤 진지하게 고려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