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록
● 대상 ▸ 김준우 (7세, 우리 아들)
● 장소 ▸ 우리 집 거실 바닥
● 일시 ▸ 푸꾸옥에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시차 없는데도 다들 늦잠
● 기자 ▸ 엄마 (30대 후반, 5년 만의 해외여행)

여행 다녀오면 사진만 잔뜩 남고 정작 뭐가 좋았는지는 흐릿해지잖아요. 이번엔 애가 다 까먹기 전에 물어보자 싶어서, 귀국 다음 날 아침에 시리얼 먹는 애를 붙잡고 녹음기를 켰습니다. 3박4일 푸꾸옥 빈펄 리조트, 어른 둘에 준우(7세), 서아(4세) 이렇게 넷이 다녀왔어요. 아래는 거의 그대로 옮긴 겁니다. 애 말이라 두서없는 건 감안해 주세요.

엄마
푸꾸옥에서 제일 좋았던 게 뭐야?
준우
수영장.
엄마
...그게 끝이야? 비행기 네 시간 타고 갔는데?
준우
수영장이 두 개였잖아. 그리고 바다도 있고.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수영장 가서 또 수영했어. 그게 제일 좋았어.

사실 저도 인정합니다. 리조트 도착하고 30분 만에 애들은 물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했어요. 첫날은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40분 정도 달려서 체크인하고 자유시간이 전부인데, 그 반나절이 이 여행에서 제일 잘 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빈펄 리조트 앤 스파 푸꾸옥. 수영장 지나면 바로 해변이라, 애들이 하루에 다섯 번은 왔다 갔다 했어요.
엄마
방은 어땠어?
준우
침대가 엄청 컸어. 근데 나는 서아랑 같이 잤잖아. 서아가 발로 찼어.
엄마
밥은? 아침밥.
준우
계란 아저씨. 아저씨가 계란 부쳐줬어. 나는 세 번 갔어.
엄마
세 번은 좀 많지 않아?
준우
아빠는 네 번 갔어.

조식은 포함이라 마음이 편했어요. 06:00부터 10:30까지인데, 8시쯤 가면 사람이 확 몰려서 자리 잡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저희는 사흘 내내 7시 반쯤 갔습니다. 애 있는 집은 어차피 그 시간에 일어나 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이 리조트는 위치가 좀 외따로 있어요. 공항에서 30km 넘게 떨어져 있고, 리조트 밖으로 나가면 걸어서 갈 만한 데가 딱히 없습니다. 저녁에 편의점 가서 맥주 한 캔 사 오고 그런 게 안 돼요. 대신 단지 안에서 셔틀로 다 해결되니까, 그걸 답답하다고 볼지 편하다고 볼지는 취향인 것 같아요. 저는 애 둘 데리고 다니는 입장이라 편한 쪽이었습니다.

리조트 앞 해변. 7월인데도 사람이 이 정도예요. 붐비는 해변에 지친 분들은 여기 좋아하실 듯.

둘째 날은 빈원더스에 갔어요. 이 패키지에 빈원더스 이용권이 들어 있어서, 사실상 안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엄마
빈원더스에서 뭐가 제일 재밌었어?
준우
인어. 물속에서 인어가 헤엄쳤어. 진짜 인어야?
엄마
...응. 진짜 인어야.
준우
근데 다리가 안 움직였어.
엄마
그럼 두 번째로 재밌었던 건?
준우
물 미끄럼틀. 아빠가 소리 질렀어. 나보다 크게 질렀어.

인어쇼는 오후 2시에 하는데, 자리 잡으려면 한 시간 전에는 가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1시 40분에 갔다가 뒤에서 까치발 들고 봤어요. 다음에 가면 무조건 1시에 갑니다.

그리고 여기 진짜 넓어요. 서아는 결국 중간에 못 걷겠다고 드러누웠고, 입구에서 유모차 빌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하루에 10만 동 정도라던데,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빌리세요. 7월 낮 더위가 생각보다 셉니다. 오전엔 놀이공원 돌고 제일 더운 시간엔 워터파크로 넘어가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유럽풍으로 꾸며 놓은 거리. 애들은 성만 보면 사진 찍자고 합니다.

셋째 날은 사파리. 이건 패키지에 포함은 아니고 추천 일정이라, 표는 따로 샀어요. 안 갔으면 준우한테 평생 원망 들을 뻔했습니다.

엄마
사파리에서 본 동물 중에 제일 기억나는 거.
준우
기린. 기린이 내 손에 있는 거 먹었어. 혀가 되게 길고... 미끌미끌했어. 파란색이었어.
엄마
파란색?
준우
약간 보라색. 아무튼 이상한 색이었어.
엄마
무서웠어?
준우
조금. 근데 서아가 더 무서워했어. 서아는 울었어.

기린 먹이 주는 데서 시간을 제일 많이 썼어요. 150종 넘게 있다는데 솔직히 절반도 못 봤습니다. 애들 데리고 다니면 원래 그렇더라고요. 더운 날 동물 냄새가 훅 올라오는 구간이 있어서 서아가 코 막고 다녔고, 저희는 결국 반쯤 보고 나왔어요. 하루 종일 볼 생각으로 가면 어른이 먼저 지칩니다. 오전에 가세요.

문제의 기린. 준우가 손 내밀 때 표정이 볼만했어요.

마지막 날은 18시 레이트 체크아웃이라 시간이 남아서 그랜드월드에 들렀어요. 운하에 수상 택시가 다니고 유럽 마을처럼 꾸며 놨는데, 저녁에 분수 쇼를 한다더라고요. 저희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그건 못 봤습니다. 이거 하나가 아쉬웠어요.

엄마
밥은 뭐가 제일 맛있었어?
준우
호텔 계란.
엄마
밖에서 먹은 것 중에.
준우
...쌀국수?
엄마
너 청어 회 먹었잖아. 그거 맛있다며.
준우
아 맞다. 그거 땅콩 들어간 거. 그거 또 먹고 싶어. 근데 아빠가 그거 먹고 배 아팠어.

여기서 미리 알아두시면 좋은 게, 이 패키지는 조식만 포함이고 중식·석식은 불포함이에요. 저는 처음에 이게 좀 걸렸는데, 막상 다녀오니 오히려 편했습니다. 애들이 어디서 몇 시에 배고파할지 모르는데 정해진 식당에 시간 맞춰 가는 게 더 스트레스거든요. 대신 매 끼니 뭐 먹을지 고민은 온전히 부모 몫입니다. 고이 까 찍(청어 회무침)은 어른 입맛에 정말 좋았어요. 남편은 다음 날 화장실을 좀 자주 갔지만 본인 말로는 후회는 없다고 합니다.

고이 까 찍. 땅콩이랑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데, 이건 애들보다 어른이 더 좋아합니다.

예약은 티그룹에서 했어요. 사실 처음엔 애 둘 데리고 가는 거라 겁이 나서, 상담하면서 실제 후기 있냐고 물어봤더니 카톡 캡처를 몇 장 보내주더라고요. 대부분 골프 손님들 후기였는데, 하나같이 기사님이랑 픽업 얘기를 칭찬하길래 그럼 애들 데리고 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예약 전에 받아 본 실제 후기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이용할게요." — 티그룹 실제 고객, 성함 비공개

엄마
마지막 질문. 또 갈래?
준우
응. 근데 이번엔 인어한테 다리 있는지 물어볼 거야.
엄마
...그건 물어보지 마.
준우
왜?

점수를 매기자면 저는 10점에 8점입니다. 2점 깎은 건 리조트가 외따로 있어서 밖으로 못 나간다는 점, 그리고 7월 낮 더위요. 대신 애들 둘 다 사흘 내내 방전돼서 밤 9시면 뻗었고, 저는 5년 만에 바닷가에서 커피를 다 식을 때까지 들고 있어 봤어요. 그거면 됐다 싶었습니다. 지상비는 넷이서 1인 47만 원대였고 항공은 별도예요.

혹시 비슷한 나이대 애들 데리고 푸꾸옥 생각하시는 분 계시면, 티그룹에 이 3박4일 빈펄 리조트 일정으로 문의해 보시고 "아이 둘이라 사파리랑 빈원더스는 오전에 넣어달라"고 미리 말해두세요. 저희는 그 얘기를 안 하고 갔다가 한낮에 걸어 다녔습니다.

— 준우 엄마 씀. 녹취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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