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차로 두 시간. 호짬이라는 조용한 해안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가 찾던 게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리셋'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스코어 신경 쓰지 않고, 사진만 찍지 않고, 그냥 천천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블러프스 골프장. 50미터 높이의 거대한 모래언덕 사이로 펼쳐진 초록빛 페어웨이, 그 너머 남중국해가 끝없이 이어진다. 그레그 노먼이 "아일랜드 둔벡과 함께 내 인생 최고의 부지"라고 말한 곳이다.

첫 홀 티박스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바다 바람이 뺨을 스치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백스윙을 천천히 올리고 공을 쳤다. 공이 날아가는 소리와 파도 소리가 섞였다. 그 순간만큼은 회사 메일도, 내일 할 일도 전부 사라졌다.

4번 홀 파3는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 중 하나다. 360도로 돌아보면 전체 코스와 숲,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 서 있다는 느낌. 이게 이 골프장의 매력이었다.

링크스 코스의 바람은 정말 예측이 안 됐다. 같은 거리인데도 매번 다른 클럽을 골라야 했고, 조금만 방향이 틀려도 모래언덕으로 공이 굴러갔다.

15번 홀 파3. 235미터 오르막, 그린이 해발 50미터에 있어서 역풍까지 불면 정말 어렵다. 세 번이나 다시 쳤는데 이상하게 짜증이 안 났다.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서였을까. 여기서는 보기를 해도 괜찮았다. 이 순간을 느끼는 게 더 중요했다.

오후 4시, 후반 9홀을 시작했다. 해가 기울면서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10번 홀 파5는 595미터나 되는 긴 홀인데, 내리막이어서 공이 잘 굴러갔다. 석양 빛에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급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8번 홀 마지막 퍼팅을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석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스코어는 별로였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오늘은 나를 돌본 하루였다.

그랜드 호짬 스트립 리조트로 돌아와 제일 먼저 인피니티 풀로 갔다. 물에 몸을 담그고 수평선과 맞닿은 듯한 풀 끝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하늘만 보고 파도 소리만 들었다.

저녁에는 리조트 스파에서 베트남 전통 오일 마사지를 받았다. 하루 종일 걷고 스윙하느라 뻐근했던 몸이 천천히 풀렸다. 창밖으로 밤바다가 보였다. 

라운딩 후의 스파는 단순히 피로를 푸는 게 아니었다. 일상에서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던 나만의 시간. 바쁘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비로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골프만큼 조급함을 용납하지 않는 운동도 없다.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고, 그린을 읽으려고 천천히 걷고, 다음 샷을 준비하며 깊게 숨 쉬는 것. 그게 골프였고, 어쩌면 그게 삶이었다.

요즘 우리는 너무 빨리 산다. 3일 여행에 10곳을 가려고 한다. 그런데 호짬에서의 이틀은 달랐다. 딱 하나의 골프장, 하나의 리조트. 그게 전부였는데 오히려 더 많은 걸 느꼈다.

많은 곳을 가는 게 아니라 한 곳을 깊이 느끼는 것. 느리게 움직이되 깊이 경험하는 것. 호짬이 알려준 슬로우 트래블의 진짜 의미였다.

마지막 날 아침, 떠나기 전 바다를 바라봤다. 파도는 여전히 밀려오고 바람도 여전히 불고 있었다. 변한 건 나였다. 더 고요해졌고, 더 나다워졌다.

 

다낭을 여러 번 갔다. 좋은 곳이다. 하지만 진짜로 쉬고 싶을 때, 마음을 리셋하고 싶을 때는 호짬을 추천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붐비지 않지만 충분하다.

바다와 바람과 골프가 있는 이곳에서, 나는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났다. 다음에 마음이 지칠 때, 이곳을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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